·제   목 : [경향신문] 봄남의 미술관, 한폭의 풍경화
·작성자 : 이영미술관 ·작성일 : 2010-05-27 ·조회 : 2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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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남의 미술관, 한폭의 풍경화
글·사진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경향신문



ㆍ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수도권 미술관 나들이

자연도 느끼고, 예술도 즐기려면 미술관만한 게 없다. ‘봄날의 미술관’은 화창한 계절에 괜찮은 여행 아이템 중 하나다. 대부분 국공립, 사립 미술관은 정원, 마당도 잘 꾸며 놓고, 주변 풍광도 좋아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때때로 기대하지 않았던 미술 작품을 만나는 의외의 기쁨도 누릴 수 있다. 미술과 여행 전문가들의 도움말을 빌려 봄날에 가볼 만한 미술관들을 찾았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호암미술관, 이영미술관, 호암미술관, 바탕골예술관

경기 기흥의 이영미술관. 박생광·전혁림 등 대가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다. 이들 작가의 대형 작품 20점을 전시 중이었다. 콘크리트로 마감한 널찍한 전시장 안 그림도 좋고, 2층 전시장은 대형 창문으로 한쪽 벽면을 만들어 안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해놓았다.

이영미술관은 아파트 촌 끄트머리 나지막한 야산에 자리잡았는데, 주변 풍광이 돋보인다. 8000여평. 10여m가 족히 넘어보이는 소나무 20여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수령 200~300년된 강원도산 소나무들이다. 1980년대 후반 강원도 강릉 부근에 있던 소나무들인데, 도로 공사 때문에 베어져 땔감 위기에 처한 걸 교통당국에 협조를 구해 옮겨심었다고 한다. 맑은 공기 덕인지 솔향이 진하게 너른 마당에 퍼진다.

그림 보고 산책도 겸해 1~2시간이면 넉넉히 즐길 수 있는 곳.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다. 보통 미술관은 야외 조각 공원 식으로 만드는데, 이 미술관에 큰 옹기들이 눈에 띈다. 모두 100여개로 만경평야 쪽에서 만든 것들이다. 어린이들이 배우라고 초가집도 지어놨다. 구들도 있고 장작도 있고, 실제 사용하는 초가집이다. 꽃, 나무에 초가집, 옹기가 어우러진 이곳은, 약간 멀리서 보면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그런데 30~40m 길이의 가건물도 눈에 띈다. 언뜻 미술관 건물이나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인부들과 함께 잔디밭 공사를 위해 흙을 일구던 김이환 관장이 설명해준다. 관장실이고 자료실이고 어린이 미술교실이 열리는 곳이다. “여긴 원래 양돈장이었어요. 제가 돼지를 키워 돈도 벌고, 화가도 돕고 했지요. 그래서 없애지 않았습니다. 미술관은 역사가 있어야 해요.” 기차역을 개조한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만 역사는 아니니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2005년 11월 어느 주말 전혁림 화백의 전시가 열리던 이곳에 노 전 대통령이 와 3시간 동안 머물렀다.

“미리 연락하지 말라 하고, 교통 피해 안 주려고 버스 타고 전용차로로 오셨어요. 1시간30분가량 노화백의 손을 잡고 전시장을 돌며 직접 그림 설명을 듣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한국 미술사에 남을 일입니다.”




사진 왼쪽부터 영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용인에 오면 호암미술관의 ‘희원’을 빼놓을 수 없다. 고서화나 도자는 최고의 컬렉션으로 손꼽히는 곳인데, 한국 전통 양식을 따른 ‘주정’이나 ‘소원’ 같은 정원도 볼거리다. 옛 지형을 본떠 동산을 만들고, 연못과 정자를 만들었다. 기암괴석과 고려시대 불상과 석탑을 재현해 놓았다. 뒷산과 어우러진 산과 높지도 낮지도 않은 담을 따라 산보하는 맛이 좋다.

경기 광주의 영은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라틴의 열정-현대미술을 찾아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우루과이, 쿠바의 현대작가 17명의 작품 80여점이 전시 중. 3층 옥상은 산책로와 이어진다. 개나리가 만개했다. 한 바퀴 둘렀더니 광주 시내 일대가 훤히 내다보인다. 시내 외곽 쪽이라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발품팔아 오면 탁 트인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미술관 오른쪽과 야외조각공원 외곽에 심어진 대나무가 인상적이다. 바람결에 따라 스윽스윽 소리를 내며 제법 대밭의 풍취가 느껴진다. 미술관 왼쪽 1000평의 공간에 조성된 야생화밭에 27종의 꽃들이 심어져 있다.

광주 영은미술관에서 양평의 바탕골예술관으로 이동했다. 퇴촌면을 끼고 굽이굽이 도는 국도가 드라이브 코스로는 일품이다. 바탕골 예술관도 가족 단위 나들이로 명성이 자자했던 곳. 주변 시설이 낡고 부서진 것들이 있어 예전 같지 않았지만, 예술관 건물을 한 바퀴 끼고 도는 솔밭 산책로나 햇살로 반짝이는 남한강 일대의 풍광은 여전했다.

미술관과 그 지역의 연관성은 대체로 크지 않은데, 서울 강서구의 겸재정선기념관이 있는 자리는 예전 정선이 만 5년 동안 근무한 양천현아 터. 전시장엔 정선의 ‘양천현아’를 보고 당시 일대를 재현한 미니어처가 설치돼 있다. 기념관 뒷산인 궁산은 해발 75.8m의 나지막한 산. 지자체에서 근린공원으로 조성한 곳. 산책로도 잘 정비했다. 길을 따라 옛 정선이 오갔을 장면과 장소의 내력을 떠올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울과 경기의 미술관을 돌다보니 봄햇살은 완연한데 꽃들은 다소 지쳐보였다. 초가을 같은 날씨가 반복된 때문인 듯했다. 힘겹게 나온 꽃들도 낮은 기온 때문에 지치고 생기를 잃은 듯했다. 나라 안팎이 각종 재난에 사건·사고로 어수선한데, 올 4월은 꽃들에게도 잔인한 달이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이번주부터는 늦었던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기 일대 미술관은 다음주엔 만개할 것 같다는 전언이다.


■ 여행길잡이

*서울대공원과 붙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도 봄날에 제격인 장소다. 국립이다 보니 어느 때 가도 수준 있는 전시를 열고 있다. 너른 잔디 동산이나 주변 풍광도 좋다. 규모로 따지면 미술관도 자연도 가장 크다. 대공원과 연계된 코끼리기차는 아이들이 좋아한다. 안산의 경기도미술관 야외는 국내 최고로 꼽히는 조각가들의 작품이 가득하다. 주변 산이나 숲은 없지만, 잔디밭과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다. 남양주 마석 인근의 모란미술관도 수준 높은 조각품이 설치된 야외전시장이 유명한 곳이다. 연천의 석장리미술관은 민통선 인근이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미술관 입장료는 일반 3000~5000원 수준.

*종로구 부암동의 환기미술관은 이사진 간 갈등으로 파행운영되었는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위탁 관리에 들어갔다. 속사정은 복잡한데, 인왕산, 북악산 산행과 한번 둘러볼 만한 장소임엔 틀림없다. 성곡미술관은 주변 직장인들한테 점심 식사 후 짧은 산책 코스로 각광받는 곳인데, 얼마전부터 야외 동산 입장료를 2000원씩 받고 있다. 표를 끊어 들어가면, 음료는 무료.

*인터넷 지도를 펼쳐놓고 미술관을 중심에 두고 등산, 자전거, 걷기 여행을 연계해도 좋을 듯하다.

■ 미술관 연락처 | 휴무일 | 관람료

국립과천현대미술관(www.moca.go.kr, 02-2188-6000)
월요일 | 전시별 관람료(매월 넷째주 토요일은 무료)

경기도미술관(www.gmoma.or.kr, 031-481-7007~9)
연중무휴 | 무료

이영미술관(www.icamkorea.org, 031-213-8233)
월요일 | 일반 5000원, 학생 3000원, 어린이 2000원

바탕골예술관(www.batangol.co.kr, 031-772-5999)
월·화요일 | 일반 3000원, 어린이·청소년 2000원

영은미술관(www.youngeunmuseum.org, 031-761-0137)
월요일 | 일반 4000원, 학생 3000원, 어린이 2000원

호암미술관(hoam.samsungfoundation.org, 031-320-1801~2)
월요일 | 일반 4000원, 청소년 3000원, 36개월 미만 무료

모란미술관(www.moranmuseum.org, 031-761-0137)
월요일 | 일반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