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디지탈조선]돼지우리를 풍경화같은 미 (2003-04-26 게시물)
·작성자 : 이영미술관 ·작성일 : 2006-11-24 ·조회 : 1791
※첨부파일 :
돼지우리를 풍경화같은 미 (2001.11.21)

김이환-신영숙씨 부부, 용인 이영미술관 개관
돼지 3000마리를 치던 돈사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에 개관한 이영미술관. 8000여평 구릉 이곳 저곳에 세워진 시멘트 블럭으로 지은 전시장들은 4년전까지만 해도 ‘꿀꿀’ 돼지 소리가 가득했다.

미술관 입구, 서양화가 전혁림 정상화씨의 작품이 걸린 120평 짜리 1전시실은 새끼돼지가 본격적으로 살을 찌우던 곳이다. 강렬한 채색화로 한국화의 새 경지를 연 박생광(1904~1985)의 400호짜리 대작 ‘명성황후’ 등 작품 9점이 전시된 80평짜리 2전시실은 어미 돼지가 새끼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던 산방(産房)이다. 돼지가 자라던 블럭 건물 안쪽에 벽만 한 겹 더 붙였을 뿐이다. 양잔디가 잘 자란 야외에는 재미 조각가 한용진씨의 작품들이 적당한 자리에 다소곳이 놓여있다.

이 미술관은 공무원·기업인으로 활동하며 미술품 200여점을 수집한 김이환(66)씨와 부인 신영숙(61)씨 부부가 설립했다.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이름 지은 이 미술관은 백화점식이 아니라 박생광 전혁림 정상화 한용진 네 사람의 작품만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점도 특색.

“64년엔가 당시 공무원 월급 두 달치를 털어서 청전 이상범 화백 그림을 산 적이 있지요. 젊어서부터 그림 취미는 있었던 편입니다. 본격적으로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것은 지난 77년 박생광 화백을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

평소 박 화백의 작품을 짝사랑하던 중 77년 봄 박생광의 전시에서 먹으로 그린 모란을 본 후 반해 수유동 박 화백 집으로 찾아가 6개월을 졸라 모란 그림 한 점을 구입한 게 인연이 됐다. 김씨는 박 화백의 전시비용과 도록제작 비용 등을 감당하고 소품을 선물로 받기도 했으며, 대작은 몇 개월씩 월급을 모아서 구입했다. 박 화백도 김씨(돼지때)와 신씨(용띠) 부부의 띠 동물 그림과 신씨가 가야금을 타는 모습을 그려주며 우정을 이었다. 박 화백 타계 후에는 전혁림, 정상화, 한용진씨와 교유하며 작품을 수집했다.

김씨는 “78년 국무총리실 제4기획조정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나 기업체의 대표로 가면서 비교적 여유가 생겼고, 81년 이곳에서 노년을 대비한 부업으로 돼지를 치기 시작하면서 작품수집에 가속이 붙었다”고 말했다. 양돈업은 한때 연매출이 6억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채산성이 맞지 않는데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 상황이 변해 4년 전 그만두고 그 자리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것.

김씨는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 미술관에 오시면 박생광 전혁림 정상화 한용진의 작품만은 확실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내년까지 전체 11개 동 중 3개 동은 전시장, 2개 동은 어린이 미술교육장, 나머지는 휴식시설 등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끝내고 주변 대학의 전공학생 등에게도 전시장을 개방할 계획이다.

이 미술관 개관식에 참석했던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은 “네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오랜 기간 컬렉션한 것도 그렇고, 기존의 돈사를 재활용해 미술관으로 만든 점 등은 앞으로 미술관을 열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한수기자hansu@chosun.com )